서 론
성대 육아종은 피열연골의 성대돌기 부위에 궤양이 발생한 후 염증성 육아조직이 형성되는 질환으로 원인에 따라 기관 삽관 이후에 발생하는 삽관성 육아종(intubation granuloma)과 과도한 성문 접촉에 의해 발생하는 접촉성 육아종(contact granuloma)으로 나눌 수 있다[1]. 성대 육아종은 피열연골의 성대돌기 부위에 궤양이 발생한 후 염증성 육아조직이 형성되는 질환으로, 과도한 음성 사용, 위식도 역류, 헛기침, 흡연 등의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2]. 주요 증상으로는 쉰 목소리, 인후통, 이물감, 만성 기침 등이 있으며 후두내시경 검사를 통해 특징적인 성대돌기 부위에 이엽 형태(bilobed)의 육아종성 종물을 확인하면 쉽게 진단이 가능하다[3].
성대 육아종의 치료는 음성치료나 약물치료와 같은 보존적 치료가 일차적으로 시도되며, 이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 시술이나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시술적 치료는 성대 근육 내에 스테로이드나 보툴리눔 독소를 주입하는 방법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며, 수술적 치료는 전신마취 하 후두경 시야에서 미세겸자(microforceps)나 미세가위(microscissors)를 이용해 기계적으로 절제하는 냉강 절제술(cold steel excision)이나 CO2 레이저를 이용한 레이저 절제술이 있다.
성대 육아종 치료에 대해 대한후두음성언어의학회가 주관한 후향적 다기관 연구에 따르면 양성자 펌프 억제제 복용, 성대 내 보툴리눔 독소 주입술, 음성치료가 유의한 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고, 수술적 치료 효과는 좋았으나 재발률이 높아 1차 치료 방법으로 추천하지 않았다[4]. 일반적으로 수술적 치료는 보존적인 치료에도 반응이 없는 난치성(refractory) 성대 육아종에 적용하며, 기도 폐쇄의 우려가 있거나 악성 감별을 위한 진단적인 생검이 필요한 경우에 고려하게 된다. 본 증례 보고에서는 최근 성대 수술에 적용되고 있는 KTP 레이저를 이용하여, 진료실에서 국소마취 하에서 KTP 레이저 소작술을 통해 난치성 성대 육아종 환자를 치료한 증례가 있어, 이를 통해 국소마취 KTP 레이저 소작술의 임상적 의의를 문헌 고찰과 함께 보고하고자 한다.
증 례
특이 과거력이 없으나 직업상 전화 업무가 많은 30세 남자 환자가 6개월 전부터 목소리가 잠기기 시작하였다. 음주, 흡연을 하지 않는 분으로 타병원에서 성대 육아종을 진단받고 3개월 동안 양성자 펌프 억제제와 스테로이드 흡입제를 사용하였으나, 크기 변화가 없고 목소리가 호전되지 않아 치료를 위해 본원으로 내원하였다. 후두내시경 검사상 오른쪽 성대돌기 주변에 이엽 형태의 육아종성 종물이 관찰되었고 성대 접촉이 약간의 방해를 받는 상황이었다(Fig. 1). 환자는 시술보다는 수술적 치료를 원하는 상황이었고 국소마취 수술에 동의하여 진료실에서 KTP 레이저 소작술을 계획하였다.
환자는 진료실 의자에 앉은 채로 수술을 진행하였다. 넓은 비강 쪽에 4% 리도카인과 1:2000 에피네프린이 적셔진 거즈를 5분 가량 패킹하였다. 이후 구인두 부위에 10% 베라카인 스프레이를 2회 분사한 후 수술을 시작하였다. 굴곡형 채널 내시경(ENF-VT2; Olympus, Center Valley, PA, USA)을 비강으로 삽입한 후 작업 채널을 통해 내시경용 주사침 인젝터를 삽입하여 4% 리도카인을 성대 위쪽에 전체적으로 4 cc 가량 분사하였다. 이후 KTP 레이저 팁을 육아종 병변에 닿은 상태에서 레이저를 조사하여 육아종성 병변을 소작하는 방식으로 수술을 진행하였다. 처음에는 비접촉 모드(noncontact mode)로 종물을 전체적으로 조사하였다. 비접촉 모드는 상피 보존(epithelium intact) 모드로 상피 손상없이 점막이 창백해지는(blanching) 효과를 나타낸다. 이후에 레이저를 섬유-조직 접촉 모드(fiber-to-tissue contact mode)로 병변에 조사하였다. 접촉 모드를 이용할 경우 종물의 상피 부분에 손상이 일어나면서 상피 소작(epithelial ablation)이 가능해진다. 비접촉 모드로 종물 전체를, 접촉 모드로 육아종의 중심부를 충분히 소작한 후 수술을 종료하였다(Fig. 2). KTP 레이저는 4 Watt, on-time 25 ms, off-time 25 ms로 설정하였으며 초당 펄스 수(pulses per second)는 20회로 총 290 J의 레이저를 조사하였다. 환자는 수술 후 3시간 동안 원내에서 합병증 여부를 확인한 후 이상없이 귀가하였다. 수술 후 잔여 육아종 병변은 조금씩 작아지기 시작했고 수술 1달째 육아종은 완전히 사라졌고, 목소리 사용 시에도 불편감을 호소하지 않았다. 수술 1달째 시행한 음성장애지수(voice handicap index) 검사 결과, 수술 전 26점에서 수술 후 14점로 감소하여 46.2%의 개선을 보였다. 음향학적 분석 결과 주파수 변동률(jitter percent)은 수술 전 1.282%에서 0.416%로 감소하여 67.6%의 개선을 보였으며, 진폭 변동률(shimmer percent)은 8.101%에서 3.371%로 감소하여 58.4% 개선되었다(Table 1). 수술 후 1달째부터 재발 방지를 위해 발성교정치료를 10회 시행하였다. 발성 교정치료는 1단계 자세-호흡-후두 세팅, 2단계 목열기 훈련, 3단계 중성구 훈련, 4단계 성대접촉강화훈련, 5단계 흉강고정기법까지 총 5단계의 훈련을 차례로 시행하였다. 환자는 수술 후 6개월째까지 재발없이 경과관찰 중이다(Fig. 3).
고 찰
성대 육아종은 비교적 드문 질환으로 아직까지 표준치료가 확립되지 않아 다양한 치료 방법이 존재한다. 음성치료와 같은 비수술적 치료부터 양성자 펌프 억제제와 스테로이드 흡입제 등의 약물치료, 보툴리눔 독소를 주입하는 성대 주입술, 전신마취 하에 냉강 절제 혹은 레이저를 이용한 절제 수술 등을 치료로 선택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약물치료나 음성치료와 같은 비수술적 치료를 먼저 시도하고 재발이 지속될 경우 시술이나 수술을 고려하게 된다[5].
성대 내 보툴리눔 독소 주입술은 안전하고 효과적인 시술 방법으로 난치성 성대 육아종의 치료에 주로 고려되는 시술법이다[6]. 보툴리눔 독소는 성대 내전근을 마비시켜 양측 성대돌기 간의 과도한 접촉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Sobih 등[7]에 의하면 보툴리눔 독소 주입술을 받은 267명 중 85.4%가 완전한 관해 반응을 보였고, 재발률은 4.5%-6.4%로 상당히 낮았다. Lee 등[4]이 590명의 접촉성 육아종의 다양한 치료법의 효과를 비교한 연구 결과에서는 현저한 반응 이상의 장기적 치료 반응률은 보툴리눔 독소 주입술(74.2%), 수술적 제거(60.0%), 음성 치료(44.3%), 양성자 펌프 억제제 치료(44.0%), 스테로이드 흡입제(31.6%), 단순 관찰(20.5%) 순으로 높게 보고되어 보툴리눔 독소 주입술의 효과를 확인하였다.
하지만 보툴리눔 독소의 주입 용량은 연구에 따라 1 unit에서 30 unit까지 상당히 다양하고, 주입술 후 관해율도 연구마다 다소 차이가 있는 편이다. 또한, Sobih 등[7]의 연구 결과에서는 시술 후 52.7%의 환자에게서 쉰 목소리로 인해 목소리가 악화되었고, 21.1%의 환자는 연하 곤란을 겪었다. 보툴리눔 독소는 시술이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시적으로 주입된 근육의 마비를 유발하기 때문에 치료 후 3-4주까지도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거나 식사가 불편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목소리를 직업적으로 계속 사용하여야 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업무에 지장을 줄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시술을 고려할 필요가 있겠다.
성대 주입술에도 반응이 없는 경우 전신마취를 통한 수술적 제거를 고려할 수 있다. Ding 등[8]에 의하면 80명의 접촉성 육아종 환자에게 냉강 절제술을 시행한 경과 수술 후 6개월 째 완전 관해율은 37.5%였으며, 수술 후 재발률은 62.5%로 상당히 높았다. Havas 등[9]은 성대 육아종 환자 55명을 대상으로 수술적 절제를 시행한 후에 50%의 재발률을 보고하였다. Lee 등[4]의 연구 결과에서도 수술적 제거를 시행한 성대 육아종 환자군의 재발률은 37.1%였으나, 단순 관찰을 시행한 환자군의 재발률은 오히려 10.3%로 낮게 보고되었다. 수술적 치료가 단기적으로는 병변을 제거하여 증상 개선에 효과적일 수 있으나,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재발 위험이 크다는 점을 인지할 필요가 있다.
성대 육아종 수술에서 가장 흔히 사용되는 레이저는 KTP와 CO2이며, 아직까지 각각의 치료 결과를 직접 비교한 대규모 연구는 부족한 실정이다. 냉강 절제술에 대한 레이저 수술의 우위를 단언할 연구가 부족하나, 구인두 유두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KTP 레이저 소작술이 냉강 절제술에 비해 지혈 효과가 뛰어나 수술 시야를 깨끗하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며, 수술 경계 확보에 우위가 있어 잔여 병변이 남을 가능성이 적다고 보고된 바 있다[10]. KTP 레이저의 경우, Yang 등[11]이 호흡기 유두종 환자 614명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 문헌고찰에서 CO2 레이저 대비 치료 결과가 우수하고 합병증이 적었으나 재발률 차이는 유의하지 않았다. 이를 기반으로 성대 육아종 치료에도 KTP 레이저를 적용한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는데, Lin 등[12]은 12명의 삽관성 육아종 환자에게 전신마취 하에 후두경을 삽입하여 KTP 레이저 소작술을 시행하고 수술 후 최소 14개월 간 추적 관찰한 결과 모든 환자에게 재발이 관찰되지 않았다고 보고하였다.
KTP 레이저는 선택적 광열분해(photothermolysis)를 통해 점막 표면 아래의 혈관을 응고시킬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성대 육아종의 크기를 줄이거나 병변을 소실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13]. 하지만 다른 치료법에 비해 우수하다고 보기에는 아직 근거가 부족하다. 다만, 국소마취 하에서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전신마취 수술이 어려운 환자나 전신마취 수술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에게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다. Dominguez 등[14]은 난치성 성대 육아종 환자 26명에게 국소마취 하 KTP 레이저 소작술을 실시하여 평균 1.65±1.16회의 시술 후 73.1%에서 병변이 완전히 소실되었고, 중앙값 9.5개월의 추적 관찰 동안 재발이 없었다고 보고하였다. 물론 이는 소규모 후향적 연구이므로 일반화에 한계가 있으나, 난치성 성대 육아종에 KTP 레이저가 효과적인 치료 옵션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접촉성 성대 육아종은 수술 후에도 재발률이 높기 때문에, 재발하였을 경우 전신마취를 단기간에 반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전신마취로 재수술을 진행할 경우 기관 삽관 자체가 새로운 육아종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KTP 레이저를 이용한 국소마취 수술은 재발을 줄이는데 있어 의미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치료의 적응증, 장기적인 효과, 재발률 등에 대한 대규모 전향적 연구가 필요하며, 개별 환자의 상태를 고려한 신중한 적용이 요구된다.
목소리를 직업적으로 계속 사용하여야 하는 환자의 경우에는 보툴리눔 독소 주입술을 꺼려하는 경우도 있다. 본 증례의 경우에도 환자에게 시술과 수술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였을 때 수술 이후에도 직업상 목소리 사용을 계속해야 하는 상황이라 시술보다는 수술적 치료를 선택하였다. 환자는 수술 이후 7일 간의 금언 이후에 조금씩 목소리를 사용하기 시작하였고 수술 후 2주 동안은 약간의 쉰 목소리가 지속되었다. 수술 후 1달째에 잔여 병변이 사라져 음성치료를 시작하였다. 과도한 성문 접촉이 지속되면 재발의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5단계로 나누어 발성교정치료를 10회 실시하였다. 발성교정치료의 경우 단독으로 사용하여도 성대 육아종 치료가 가능하며 수술 이후에 치료를 병행할 경우 재발 방지에 도움이 된다. 본 증례의 경우에는 성대 접촉이 과도하지 않고 적절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후두를 내리고 고음-중성-흉성 순으로 강한 호흡압력으로 성대를 닫는 훈련을 위주로 실시하였다.
진료실에서 국소마취 하에 진행하는 KTP 레이저 성대 수술은 고령으로 인해 전신마취 부담이 큰 환자, body mass index 40 kg/m2 이상인 비만 환자, 경추 디스크 혹은 경부 방사선 치료로 인해 목 신전이 어려운 환자, 중증의 호흡기 및 심혈관계 질환으로 전신마취 합병증이 우려되는 경우 등에 기관 삽관없이 진료실에서 의자에 앉은 자세로 수술을 진행할 수 있다. 처음에는 혈관성 병변인 모세혈관 확장증이나 크기가 작은 성대폴립 환자에게만 적용되었지만, 최근에는 이형성증이나 초기 성문암까지 수술 적응증이 확대되었다[14]. 기존의 연구 결과들과 본 증례의 경험을 종합하였을 때 성대 육아종 치료에도 국소마취 KTP 레이저 수술을 치료 옵션 중의 하나로 고려해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국소마취 KTP 레이저 소작술은 여전히 고려해야 할 제한점이 있다. 첫째, 시술 시 환자가 충분히 마취가 되어야 정확한 수술이 가능하기 때문에 구역 반사가 심하거나 마취가 잘 되지 않는 환자의 경우 수술을 진행할 수가 없다. 구역 반사가 심하여도 집도의의 국소 마취 방법에 따라 수술이 문제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다양한 마취 방법에 대한 숙지가 필요하며 마취를 편안하게 진행하기 위한 환자와의 소통 기술도 필요하다. 둘째, 레이저 조사량과 조사 방법이 적절하지 않을 경우 과도한 조직 손상이나 불완전한 제거가 발생할 수 있어 집도의가 충분한 레이저 및 내시경 조작 기술을 갖추어야 한다.
본 수술 기법은 성대 육아종의 일반적인 치료법으로 적용하기에는 아직까지 한계가 있지만, 난치성 성대 육아종 환자 중에 보툴리눔 독소 주입술로 인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기간을 감당하기 어려운 음성전문사용자, 기저질환으로 인해 전신마취 진행이 어렵거나 전신마취에 부담을 느끼는 환자에게는 하나의 치료 대안으로 고려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추후에는 큰 코호트와 표준화된 추적 관찰 기간을 가진 전향적 연구를 바탕으로 수술 후 재발률과 장기적인 음성 변화 경과, 치료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임상적 요인과 같은 데이터를 규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저자는 약물치료에도 반응이 없는 난치성 성대 육아종 환자에서 국소마취 하에 KTP 레이저 소작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하였기에 문헌고찰과 함께 이를 보고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