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두경부암은 전세계적으로 7번째 가장 흔한 암으로, 많은 환자들이 진행된 상태로 진단되어 적극적인 다병합 치료를 필요로 한다[1]. 다양한 치료법의 도입으로 생존율이 증가하고 치료 성적이 상승하였으나, 반면에 이로 인한 조기 및 후기 치료 독성도 증가하게 되었다[2]. 연하장애는 고형 혹은 액상의 음식물을 구강에서 위로 넘기는데 있어 장애가 있는 상태로, 두경부암 환자의 치료 전후로 흔히 발생하는 합병증 중 하나이다. 이는 환자의 영양장애 및 삶의 질 저하뿐만 아니라, 흡인 및 폐렴 등 심각한 육체적 및 정신적인 부담을 환자와 보호자에게 줄 수 있다. 2012년에 유럽에서 학회 차원의 통합적 문헌 검색을 통한 조사에 의하면 대략 1/3의 연하장애 환자에서 치료가 필요한 폐렴이 발생하며, 흡인성 폐렴의 사망률은 20%에서 65%까지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2]. 하지만, 아직까지 대부분의 경우에서 연하장애는 암환자의 증상으로는 과소평가 되고 있는 실정이다. 연하장애의 발생 원인은 다양하여 성공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다학제적 협력이 필요하고, 적절한 평가와 중재적 치료 그리고 철저한 경과 관찰이 필수적이다[1]. 뿐만 아니라, 치료전 적절한 환자의 선택은 연하장애의 발생을 낮출 수 있으며, 결국에 두경부암 환자의 치료 결과 및 생존률을 높일 수 있게 된다. 본 종설에서는 두경부암 환자의 치료 전후 연하 평가에 대하여 고찰해 보고자 한다.
본 론
1. 연하장애 및 흡인의 발생 기전
정상적인 연하의 과정은 신경과 근육의 복합적이고 연속적인 순서에 따라 이루어진다. 이는 구강준비기, 구강추진기, 인두기, 식도기의 네 가지 과정으로 구분될 수 있으며, 연하에 관여하는 신경으로는 양측 대뇌 피질, 뇌간의 연하 중추, 뇌신경(5, 7, 9, 10, 12번), 인두의 감각 수용기 등이 있다[3]. 연하장애는 이 네 과정 중 어디에서라도 문제가 있을 시에 발생할 수 있으며, 정상적인 연하에 작용하는 연골, 뼈, 근육, 신경의 해부학적(종양, 협착 등) 혹은 기능적(쇠약, 감각 장애, 조화 불능) 장애로 인하여 발생한다. 두경부암 환자에 있어서 연하장애의 원인은 신경 장애, 근육 장애, 구조적 원인, 의원성 장애 등이 있으며, 이는 각기 다른 연하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수술적 절제로 인한 연하장애는 특징적인 위치에서 발생하는 형태의 연하곤란과 흡인을 유발한다. 장애의 정도는 절제의 범위에 비례하여 증가하게 되며, 숙련된 전문가에 의한 재건술이라 하더라도 기존의 구조와 기능을 완벽히 대신하지는 못한다[1]. 혀와 혀 기저부 절제는 혀의 운동 저하 및 장애, 구개설괄약근(palatoglossal sphincter)의 장애를 유발하며, 치아와 하악의 수술은 저작 기능의 저하와 설골 상부 근육의 장애를 유발한다. 또한, 경구개와 연구개의 절제는 비강 역류를 유발하며, 부분 혹은 전 후두절제술은 인두 근육의 조화운동에 영향을 미친다[4].
두경부암의 방사선 치료는 잠재적으로 연하에 용량 제한적 독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이는 다인자적인 발생인자 즉 급성 염증 반응, 부종, 섬유화 등으로 인한 신경과 근육의 손상으로 인한다. 방사선 치료에 의한 연하장애의 기간과 정도는 급성 반응의 강도, 방사선에 대한 내재적 감수성, 방사선 치료의 방법(범위, 분획, 용량)에 따라 좌우된다[5]. 급성으로는 부종과 점막염이 경부의 정상적인 오목과 통로를 막는 등 연하 기관의 정상적인 윤곽을 변화시키고, 치료중 환자의 정상적인 구강 섭취를 방해한다[4]. 반면에, 섬유화가 발생하거나 지속되면 피부, 연조직, 근육의 협착을 발생시키게 되고, 이는 설골-후두기관, 인두 괄약근, 설기저부 등의 조절가동력을 감소시킨다[5]. 항암치료의 국소적 혹은 전신적 후유증(점막염, 구역, 구토, 피로 등)은 다른 치료법에 의한 연하장애를 더욱 악화시킨다. 특히, 동시 항암화학 방사선 요법은 20% 이상의 환자에서 증상이 있는 협착 발생을 유발한다[6]. 후기 치료 독성으로 발생하는 조직의 섬유화 및 림프 부종 또한 연하장애를 악화시킨다[7].
흡인은 성대 아래로 음식물이 통과해 내려가는 것으로, 이로 인한 폐렴은 연하장애의 가장 무서운 합병증이다. 흡인은 연하 전, 중, 후에 발생하는 것으로 나눌 수 있다[4]. 신경 장애로 인한 흡인은 전형적으로 연하 전 혹은 연하 중에 발생하고, 두경부암 환자에게서는 주로 연하 후에 남은 음식물이 손상된 구조물을 통하여 후두로 진입하게 되어 발생한다[2]. 다른 합병증으로는 영양 장애, 체중 감소, 입마름, 연하통, 운동기능 및 작업능력의 감소 등이 있으며, 바뀐 연하 동작으로 인한 생활 습관의 변화 및 이로 인한 사회적, 심리적 장애 등도 발생할 수 있다[8]. 또한, 연하장애는 환자의 삶의 질을 급격히 떨어뜨리게 되며, 영양장애는 심각한 이환률 및 사망률의 증가와 관련된다[9,10].
2. 연하장애의 평가
두경부암 환자의 연하장애 평가는 복잡한 부분이며 두경부외과의, 언어병리학자, 방사선치료의, 항암치료의, 영양학자 등을 포함하는 팀의 협동이 필요한 부분이다. 연하장애의 평가는 병력 청취 등 주관적인 평가와 검사 기구를 이용한 객관적 검사를 모두 시행하여 이루어져야 하며, 연하장애의 위치(구인두 혹은 식도)와 성상(구조적 혹은 기능적) 그리고 장애의 정도를 모두 파악해야 한다. Van der Molen 등은 치료전에 기구를 이용한 객관적 평가와 임상적 평가는 환자가 인지하지 못하는(약 30%에서 발견되는 무증상 흡인 등) 기능적인 문제를 알 수 있게 해준다고 하였다[11].
암의 침범 부위나 치료 방법에 따라 연하장애를 예측해 볼 수 있으므로 환자의 병력 청취는 필수적이다. 구인두 연하장애의 증상으로는 저작시 곤란, 삼킴 시작의 어려움, 침 흘림, 비강 역류, 기침 혹은 질식, 반복적인 하기도 감염 등이 있고, 식도 연하장애의 증상으로는 지연성 혹은 야간 역류, 속쓰림, 산 역류 등이 있다. 기능적 장애는 일반적으로 서서히 증상이 나타나며, 고형과 액상 식이 모두에 영향을 미치고 연하 재활에 대한 반응이 다양하다. 반면에 구조적 장애는 지속적, 반복적, 진행하는 증상을 보이며 특히 고형의 식이에만(심한 경우 제외) 영향을 미치는 양상을 보인다. Murphy 등은 연하장애가 의심되는 증상으로 과도게 씹는 증상, 침흘림, 목에 음식물 걸림, 식사시 기침이나 목을 청소하는 등의 증상을 제시하였고, 이런 증상이 있을 시에는 즉시 연하장애에 대한 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하였다[12].
연하장애를 보이는 모든 암환자는 두경부 진찰, 전반적 신체 검사, 영양 상태 평가가 필요하다. 음성의 질은 어떤지, 타액 관리는 잘 되는지, 기도에 호흡곤란 징후가 있는지, 그리고 각각의 연하 기관의 구조와 기능에 이상이 있는지 등에 대한 정밀한 검진이 필요하다. 특히, 5, 7, 9, 10, 12번 뇌신경에 대한 검사가 중요한데, 자발적인 기침이나 구역 반사 등이 정상처럼 보여도 흡인에 대한 생리적 반응이 정상적이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은 명심해야 한다. 특히나 무증상 흡인(silent aspiration) 환자들은 아무 증상 없이 음식 섭취 감소나 체중 감소를 보일 수 있는데 이들은 모두 기구를 이용한 검사가 필요하다. 기침이 없더라도 보조적인 맥박 산소 측정법에서 기준치보다 2% 이상 포화도가 떨어진 경우 무증상 흡인으로 진단할 수 있다[4].
연하장애의 객관적인 평가는 기구를 이용하여 연하의 기능을 반복적으로 실시간으로 시각화 하는 검사를 통해 가능하다. 이는 두경부암 환자의 구조적 그리고 기능적인 연하의 평가를 가능하게 해준다. 두가지 검사가 주로 시행되는데, 이는 연성 내시경을 사용하여 직접적으로 연하의 과정을 관찰하는 연성 내시경 연하 검사(Fiberoptic Endoscopic Evaluation of Swallowing, FEES)와 비디오투시검사를 사용하여 순차적으로 구강 및 인두의 기능을 촬영하는 수정된 바륨 연하검사(modified barium swallow, MBS)이다. FEES는 연하의 인두기를 직접 눈으로 관찰할 수 있게 해주어 혀 기저부의 수축, 후두 통과(penetration) 및 흡인, 후두개의 움직임, 성대의 기능, 인두내의 구조적 혹은 점막 이상, 분비물이나 음식물이 이상와 혹은 후두개곡에 고이는지 여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검사시 내시경을 점막에 대는 방법으로 인두의 감각에 대하여 평가 할 수도 있다. 이 검사는 환자의 머리맡에서 간단히 시행 가능하고 비용 효율이 높으며, 환자의 평가 및 상담시에 임상의, 언어병리학자, 환자 및 가족 모두 협력이 가능할 수 있게 해준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MBS는 연하의 모든 단계의 중요한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게 해주며 이는 음식물 덩어리의 통과, 혀 및 설골-후두의 움직임, 상부 식도의 기능 등을 포함한다[4]. 연하의 인두기만을 평가하는데 적합한 FEES와 비교하여, MBS는 구강기를 포함하여 전체 상부식도를 평가 할 수 있다[13]. 조영제를 함유한 다양한 사이즈와 성상의 음식물 덩이를 섭취하게 하면서 검사를 하고, 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되면 환자에게 보상기전 및 자세 요법 등을 실시하게 하면서도 검사를 진행 할 수도 있다. 하지만, MBS는 비용, 유용성, 방사선 노출 면에서 단점이 있다(Table 1). 실제 임상에서는 FEES가 MBS에 비하여 더욱 편하고 비용이 덜 들며, 반복적으로 시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14]. 특히 이비인후과 의사에게는 FEES가 익숙하기 때문에 많은 두경부암 환자들이 MBS보다는 FEES로 검사를 받는 실정이다. 하지만, 126명을 FEES 혹은 MBS로 사용하여 검사한 한 전향적 무작위 실험에서 연하장애가 있는 환자의 흡인성 폐렴을 예측하는데 두 검사간에 유의한 차이는 보이지 않았으며, 이는 두 검사가 서로 동등하며 보완적인 것이라 할 수 있겠다[15]. 아직 FEES와 MBS의 진단 프로토콜이나 척도에 대해 전체적으로 합의된 의견은 없는 실정이다. 검사자간의 차이와 제한된 임상 실험 결과는 흡인의 위험성을 과소평가 하는 등 환자의 진단 및 치료를 잘못 인도할 수도 있으므로[16], 치료 전후에 걸쳐 일관성 있고 반복적인 검사가 필요할 것이다. 후두 통과 및 흡인을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보고하기 위하여 Robbins 등은 penetration–aspiration scale을 제시하였다(Table 2) [17]. 이는 비디오투시검사에서 음식물의 기도 침투 정도를 8단계로 점수를 메기는 척도로서, 연하장애의 정도를 정량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경부암의 치료 후 구강, 인두 및 후두의 저하된 감각으로 인하여 주관적인 연하장애 증상과 객관적인 검사 결과는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항암방사선 치료를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한 Rogus-Pulia 등의 코호트 연구에서, 연하장애를 호소하는 환자들이 MBS에서 나타나는 후두 관통, 흡인, 인두 잔여물 등의 장애를 잘 인지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18]. 그럼에도 불구하고, MBS 점수는 다변량 분석에서 2년 전체 생존율 및 무병 생존율에 의미 있는 예측인자로 나타났으며, 이는 실질적이고 비침습적인 진단 기법을 이용한 면밀한 경과 관찰을 통해 환자들의 연하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19].
추가적인 검사로는 영양상태 평가를 위한 혈액검사(총 혈구 수치, 전해질, 알부민, 요소, 크레아티닌 등), 두경부 및 흉부의 컴퓨터 단층촬영 혹은 자기공명영상을 포함하는 영상학적 검사, 윤상인두근 및 피대근의 신경학적 혹은 근원성 장애를 감별하기 위한 근전도검사, 운동 장애 평가를 위한 식도압 검사 등이 있다.
3. 연하장애 발생의 예측 인자
두경부암 환자의 초기 및 후기 연하장애의 예측 인자로 알려져 있는 것들에는 암의 T와 N 병기, 원발 부위, 치료 방법, 치료의 범위, 그리고 환자의 특성(기존의 연하 기능, 전신 수행 상태, 음주, 흡연, 나이, 몸무게, 성별) 등이 있다[2]. 암의 발병 부위로는 하인두암 및 후두암 환자들이 치료전 흡인이 가장 호발하므로, 이 환자들에게서 치료 후에 연하장애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20]. Frowen 등은 모든 객관적 검사에서 하인두암 환자들이 구인두암 및 후두암 환자들에 비하여 유의하게 심한 연하장애가 나타난다(액상 음식물의 흡인을 제외하고)고 하였다[21]. 또한, MBS와 FEES는 모두 흡인성 폐렴의 예측 인자가 될 수 있다[22].
결 론
두경부암 환자의 치료에 있어 연하장애 및 흡인은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다. 이는 환자의 삶의 질 뿐만 아니라 생존율에 영향을 미친다. 수술 및 항암치료 혹은 방사선치료 모두 연하장애 및 흡인을 유발할 수 있으나, 그 동안 두경부암 환자의 치료 계획 수립에 있어 연하 및 흡인에 대한 평가는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두경부암 치료 후 연하장애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 항상 염두 해두어야 하며, 치료 전에 연하 및 흡인에 대한 평가가 필수적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두경부암 환자의 치료 전후 연하 평가는 쉽지 않은 분야이다. 향후, 두경부암 환자의 치료 전후에 사용될 표준화된 접근법의 수립이 필수적이며, 이에는 연하의 질적 그리고 양적 측정이 가능한 FEES와 MBS 등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환자의 적절한 암 치료를 보장하고, 환자의 순응도를 높이며, 치료 후 적절한 환자 관리를 가능하게 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