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후두의 양성 종양 중 가장 흔히 유두종(95.2%)이 관찰되며 이어서는 혈관종이 흔하고, 신경성 종양은 매우 드물게 보고된다(0.03~0.3%) [1,2]. 후두의 신경성 종양은 신경섬유종과 신경초종으로 분류된다. 전체 신경섬유종의 25%, 신경초종의 42%가 두경부 영역에서 발생하며, 신경섬유종과 신경초종 모두 후두에서는 드물다[3,4]. 후두 내에서 신경섬유종은 피열후두개주름과 피열연골에서 비교적 흔히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성대에서는 매우 드물어 국내에서는 지금까지 1례가 보고되었다[2,5].
후두의 신경섬유종은 천천히 자라는 양성 종양으로, 임상증상은 위치 및 크기에 따라 무증상부터 음성 장애, 이물감, 연하 장애, 호흡 곤란까지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최근 저자들은 음성변화를 주소로 내원하여 조직검사에 의해 성대에서 발생한 신경섬유종으로 확진된 1례를 경험하여 문헌 고찰과 함께 보고하는 바이다.
증 례
50세의 여자가 약 1년 정도 지속된 목소리 변화를 주소로 내원하였다. 환자는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로, 발성 시 소리가 끊기며 뻐근함을 호소하였으며 호흡 곤란이나 연하 곤란은 없었다. 과거력 및 가족력 상 특이사항은 없었으며, 신경섬유종증을 시사하는 피부 병변은 관찰되지 않았다. 환자는 최근 수년간 자녀 문제로 감정적인 스트레스를 지속적으로 받았고, 그로 인해 간헐적인 과도한 목소리 사용이 있었다. 굴곡 후두내시경에서 성대 점막 표면의 결절이나 용종같은 병변은 관찰되지 않았다(Fig. 1). 환자의 VHI score는 45였고, 음성검사상 기본주파수는 179.387 Hz, Jitter는 3.553%, Shimmer는 12.460%, 잡음 대 배음비는 0.276이었다. 저자는 첫 번째 감별 진단으로 근긴장성 발성 장애를 의심하여 근 이완 및 호흡훈련을 포함한 음성 치료를 6회 시행하였다. 환자의 주관적인 불편감은 다소 호전되었으나 목소리의 명확한 호전은 보이지 않았다.
3개월 뒤 굴곡 후두내시경상 우측 성대의 폭이 좀 더 넓어지는 양상이었다(Fig. 2). 후두미세진동검사상 우측 성대의 점막파동이 감소되어 있었다. 이에 성대 내 종물의 가능성을 의심하여 시행한 전산화 단층촬영에서 1.2 cm 크기를 가진 저음영의 경계가 명확한 병변을 확인하였다(Fig. 3).
병변을 제거하기 위해 전신마취 하 후두미세수술을 시행하였고, 성대 점막을 보존하는 미세피판술(microflap technique)이 이용되었다. 겸상도(sickle knife)를 이용하여 병변의 표면에 점막 절개를 가한 후 박리기(dissector)를 이용하여 정상 점막을 보존하며 병변과 피판을 박리하였다. 미세가위(micro-scissors)를 이용하여 병변과 주위 조직을 박리하였고, 주변 조직의 손상을 최소화하여 병변을 완전히 제거하였다(Fig. 4). 환자는 수술 후 합병증 없이 다음날 퇴원하였다.
병리조직학적 검사 결과 신경섬유종으로 진단되었다. 종괴는 장경 1.2 cm의 피막이 없는 난원형이며 현미경 소견상 작은 방추형 세포들과 얇은 파장형 배열을 보이는 교원섬유속이 서로 얽혀 있는 소견이 관찰되었다. 망상형(plexiform)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고, 방추형 세포들에서는 S-100 단백이 강하게 발현되었다(Fig. 5).
수술 후 2주 째 외래 내원 시 시행한 후두미세진동검사에서 우측 성대 점막 파동이 증가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환자는 호전된 목소리에 만족하였다. 수술 후 2개월 째 추적 관찰 시 양측이 대칭적으로 성대 점막의 파동이 관찰되었다. 환자는 수술 후 6개월째 마지막 추적 관찰 시 불편감 및 이상소견은 없는 상태로 추후 필요 시 내원하기로 하였다(Fig. 6).
고 찰
후두의 단발성 신경섬유종은 매우 드문 질환으로 1925년 Suchanek에 의해 처음으로 보고되었으며[5], 이후 문헌상 약 60예 정도가 지금까지 보고되었다[6]. 신경섬유종의 후두 내 호발 부위는 피열후두개주름과 피열연골로 보고되며 상대적으로 성대에서는 매우 드물어 보고된 바가 많지 않았다[2,5]. 이는 후두의 주 감각신경인 상후두신경에서 분지하는 후두의 감각신경이 성문 상부에 풍부하게 분포하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된다[7].
성대는 조직학적으로 상피층, 고유층, 근육층의 세개의 층으로 나누어진다. 몸통-덮개 이론(body-cover theory)에 의하면 성대 점막의 진동과 성문 파동의 발생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부분인 덮개(cover) 부분은 상피층과 고유층의 최상층으로 구성된다. 만약 병변이 성대의 자유연에서 발생하면 덮개 부분의 움직임을 제한하여 확연한 음성 변화를 유발하며 후두내시경 상 병변이 쉽게 관찰될 수 있다. 하지만 본 증례처럼 상대적으로 움직임이 적은 몸통(body) 부분에 발생한 작은 크기의 병변이라면 덮개 부분에 영향이 적어 경미한 음성 변화만 유발하며, 후두내시경 상 명확한 병변이 관찰되지 않아 병변이 진행될 때까지 진단이 늦어질 수 있다[8].
후두의 신경섬유종은 흔히 신경섬유종증과 연관된 다발성으로 나타나며, 신경섬유종증과 연관이 없는 단발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9]. 17번 염색체의 종양억제유전자의 결손으로 인한 상염색체 우성 유전 질환인 1형 신경섬유종증에서는 다발성 병변 및 특징적인 피부 소견이 관찰되며, 여려 양성 및 악성 종양이 유발될 수 있다[10]. 이전의 연구에서는 다발성 신경섬유종증에서 관찰되는 악성신경초종 또는 신경섬유육종으로의 악성 변화는 단발성 신경섬유종에서는 매우 드물고, 1형 신경섬유종증에서만 나타나는 망상형 신경섬유종(plexiform neurofibroma)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였다[11]. 그러나 좀더 최근의 연구에서, 본 증례와 같은 비망상형(non-plexiform) 신경섬유종에서도 5~13%의 악성 변화가 확인되었다[12]. 따라서 단발성 비망상형 신경섬유종으로 진단 되더라도 다시 한 번 세심한 검진이 필요하다.
단발성 신경섬유종은 신경초에서 기원하는 양성 종양으로 방추형 세포들과 얇은 파장형 교원섬유속과 서로 얽힌 특징적인 소견을 보인다. 면역조직학적 소견으로 S-100 단백의 발현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신경섬유초세포(Schwann cell)나 아교세포(glial cell) 등 신경릉(neural crest) 기원의 조직에서 발현하므로 신경섬유종을 진단하는데 도움이 된다. 피막 없이 신경 섬유 내에서 방추세포들이 얽힌 형태로 존재하기 때문에 주변 조직과 박리하기 어려울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본 증례에서는 큰 어려움 없이 수술적 제거가 가능하였다[2]. 신경섬유종은 수술적 절제가 치료 원칙으로, 병변을 제거하고 재발을 방지해야 하며, 또한 최소 침습 수술 기법을 통해 성대의 기능을 보존하는 것이 중요하다. 미세피판술은 발성에 가장 중요한 성대 점막을 보존하며 종양을 제거하는 데 있어 이상적인 술식이다. 성대 점막에 최소한의 절개만을 가하며 성대의 조직학적 층을 이용한 병변의 박리는 주변 조직의 불필요한 손상을 줄이며, 수술 후 염증 반응도 최소화할 수 있다[13].
본 증례에서는 초기 시행한 검사들에서 종양을 의심하지 않고 근긴장성 발성장애를 의심하였다. 근긴장성 발성장애는 후두 근육의 과도한 긴장으로 인한 음성장애가 발생하는 것을 말한다. 근긴장성 발성장애는 원발성과 속발성으로 분류된다. 원발성 근긴장성 발성장애는 해부학적이나 기능적으로 정상인 성대구조에서 발성 시 후두 근육의 과도하고 비정상적인 움직임으로 인해 발생한 음성장애를 뜻하며, 다른 기질적인 원인에 의한 경우를 속발성 근긴장성 발성장애라 한다. 본 증례에서 음성 치료 후 환자의 음성은 호전되지 않았지만 주관적인 불편감이 호전되었다는 점에서 종양으로 인한 속발성 근긴장성 발성장애가 불편감을 유발하였다고 생각해 볼 수 있다. 또한 종양과는 별개로, 환자는 감정적인 스트레스에 동반된 잘못된 음성 습관이 있었고 음성치료를 통해 이를 교정하여 증상이 호전되었을 수 있다.
본 증례에서 성대의 신경섬유종은 음성치료 후에도 호전이 없어 세심한 관찰을 하여 일측 성대 점막의 폭 증가 및 점막의 운동성 저하로 발견되었다. 초기 세심한 관찰이 다소 부족하여 병변에 대한 진단이 늦어졌고 저자는 이번 증례를 통해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