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론
세계 여러 나라에서 많은 문자들이 사용되고 있지만, 만든 사람과 만들어진 때, 만든 목적이 알려져 있는 문자는 우리나라의 ‘훈민정음(한글)’밖에 없다고 한다. 훈민정음은 조선왕조실록 특히 세종실록에 잘 기록되어 있는것과 같이 1443년에 창제되어 3년간의 시범사용 기간을 거친 후, 1446년(세종 28년) 10월에 반포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사실은 훈민정음 해례본(현재 간송미술관 소장)이 1940년에 발견되어 여러 전문가에 의해 진본임이 확인되고, ‘해례’ 부분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이후 더욱 공고히 실증되었다[1,2].
훈민정음은 ‘예의’와 ‘해례’로 나누어져 있으며, ‘예의’는 세종이 직접 지은 것으로 훈민정음을 만든 이유와 훈민정음 문자의 사용법을 간략하게 설명한 글이다. ‘해례’는 정인지, 성삼문, 박팽년 등 세종을 보필하며 훈민정음을 만드는 데 기여했던 집현전 학사들이 훈민정음의 자음(닿소리, 초성, 종성)과 모음(홀소리, 중성)을 만든 원리와 용법을 상세하게 설명한 글이다. ‘해례’란 해설(풀이)과 용례(보기)에서 따온 말이다[3-6].
정음해례편에는 제자해(制字解), 초성해, 중성해, 종성해, 합자해, 용자례의 순으로 기술되어 있고, 마지막에 정인지의 서문으로 맺고 있다. 제자해의 처음 부분에 “정음 28자는 각각 그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다(正音二十八字各象其形而制之).”라는 기술이 있다. 위 문장의 핵심이 되는 두 글자는 ‘상(象)’과 ‘형(形)’이며 이어 쓴 ‘상형(象形)’이란 단어가 훈민정음 글자체를 만들게 된 가장 근본이 되는 중심 표현인 것이다. 위 문장을 설명하자면, 28자 모두 조음(발음) 시 구강이나 인후 두강 즉 현대적인 설명으로는 ‘성도(聲道, vocal tract)’의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다는 설명이 되며, 최소한 처음 만들어진 28자 중 닿소리(자음, 초성자) 17자의 대표가 되는 5자의 상형자, 즉 ‘ㄱ(아음), ㄴ(설음), ㅁ(순음), ㅅ(치음), ㅇ(후음)’과 홀소리(모음, 중성자) 11자의 대표가 되는 3자의 상형자, 즉 •( ‘ 天, 하늘), ㅡ (地, 땅), ㅣ (人, 사람)’의 8글자는 조음(articulation) 시의 성도의 모양을 본 떠서 만들었다는 확실한 기록인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최근까지도 훈민정음(한글)의 글자체가 만들어진 성도(구강 및 인후두강) 구조의 모습이 정확한 근거에 의해 설명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를 음성의학적인 관점에서 설명해 보고자 한다. 본 논문에서는 중성자(홀소리) 중심으로 설명하고, 다음 논문에서는 초종성자(닿소리)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본 론
음성학과 음성의학
음성학(phonetics)이란 국문학, 영문학, 불문학 등과 같은 문학과 언어학(linguistics)을 전공하는 학자들 중에서 음성의 생성과정과 조음과정을 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특히, 과학적인 실험 기자재를 많이 사용하는 음성학을 실험음성학(experimental phonetics)이라고 하며, 최근에는 디지털 분석장치와 많은 컴퓨터 소프트웨어가 개발되어 있어서 과거에 비해서 손쉽게 더 자세한 연구가 진행될 수 있다.
음성의학(phoniatrics)은 음성이 산출되는 과정과 발성기관(주로 후두, 성대 등)의 병적 변화로 초래되는 음성의 이상(쉰 목소리 등)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이비인후과의 세부학문 분야이다. 이와 유사하게 조음 과정을 연구하며, 발음의 이상 등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학문은 따로 ‘언어교정학(logopedics)’이라고 한다. 음성의학적 평가를 위해 영상검사, 내시경검사, 음성분석검사 등 다양한 검사들이 시행된다. 전산화단층촬영(computed tomotraphy, CT),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ce image, MRI), 비디오 투시조영검사(video fluoroscopy) 등과 같은 영상 장비를 이용하여 성도의 단면과 발성 시 움직임을 분석할 수 있다. 후두내시경을 이용하여 후두와 성대의 점막 상태를 관찰할 수 있으며, 특수 내시경인 스트로보스코피(stroboscopy) 혹은 초고속영화촬영술(high speed cinematography)을 이용하여 발성 시 성대 점막의 미세 진동을 관찰할 수 있다. 다양한 음성분석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음성의 음향학적 특성(acoustic characteristics)과 음성지문(voice printing) 등을 분석할 수 있게 되었고, 이를 통해 발성과 조음 과정을 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되었다[7].
훈민정음 해례의 중성자 제자해에 대한 음향학적 분석
현대 국어 홀소리(모음)의 조음 과정을 음성의학에서 시행되는 음향검사로 분석하여 훈민정음 홀소리(중성자)의 제자 원리를 설명해 보고자 한다. 홀소리 중 이중모음인 /ㅑ, ㅕ, ㅛ, ㅠ/를 음향분석파형으로 분석하면 선명한 다이아몬드 형태의 파형 변화가 관찰된다(Fig. 1). 다이아몬드 형태의 공간이 나타나는 이유는 제1음형대(the first formant, F1)와 제2음형대(the second formant, F2)의 급격한 변형 때문이다. 공명주파수대인 F1과 F2는 입의 열고 오므림, 혀의 높낮이, 전진 및 후진과 관련되어 변화된다. 이중모음 /ㅑ/의 경우 모음 /ㅣ/와 /ㅏ/를 연이어 빠르게 조음하여 만들어진다고 볼 때, 조음 시작부분에서 적은 입 벌림이 조음 끝날 시 크게 벌어지며, 구강 중간 부분의 혀의 높이가 처음 높게 있다가 조음 종료 시 갑자기 낮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ㅏ/, /ㅑ/를 연이어 발음했기에 입 벌림은 급격히 좁아졌다가 벌어지고, 혀는 급격히 높아졌다가 낮아지는 변화를 보이므로, F1은 급 하강 후, 급 상승, F2는 급 상승 후, 급 하강을 보이게 되어 다이아몬드 형태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현대 음성학에서 모음(홀소리)의 조음은 성대에서 만들어진 ‘성대음(glottal sound)’이 성도를 통과할 때, 공명강인 성도 모양의 변화 즉 혀의 모양과 위치, 그리고 입술의 벌림, 오므림 등과 같은 공명강 모양의 변화가 ‘공명주파수대’인 음형대의 위치를 변화시켜 조음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F1과 F2의 위치가 가장 중요하게 모음의 음값을 결정한다[7]. 사람의 성도가 후두에서 인두를 거쳐 구강에 이르기까지 ‘ㄱ’ 형태로 꺽여 있지만 이를 일자로 폈을 때, 단면적은 일정하고 길이는 17 cm이며 한쪽은 막혀 있고(성대) 다른 한쪽은 열려있는(입) 공명강으로 가정 할 수 있다(Fig. 2). 공식에 따라, F1=1×(34000/17×4)=500 Hz이며 같은 방식으로 F2는 1500 Hz, F3는 2500 Hz, F4는 3500 Hz로 나타난다. 훈민정음 모음을 조음 시의 입의 닫음(闔, 합)과 열림(闢, 벽), 초출자, 재출자로 정리하여 도식화한 그림에서 아래아(/•/)는 /ㅏ, ㅜ, ㅓ, ㅗ/의 중간에 위치하고 있다(Fig. 3)[8]. 해례본 제자해에서 /•/의 조음은 혀를 오그리며(설축, 舌縮) 깊은 소리(성심, 聲深)가 나는 모음이라고 했는데, 아마 성도의 단면적이 거의 일정하여 모음사각도의 거의 중심에 위치한 모음이 아니었을까 하고 추정해 볼 수 있겠다.
훈민정음 해례의 중성자 제자해에 대한 형태적 해석
훈민정음 해례본 복간본의 해제서에서 설명하는 것에 따르면, /•/ 소리는 입술은 /ㅏ/보다는 좁히고 /ㅗ/보다는 더 벌려서 낸다. 입술 모양이 /ㅏ/처럼 벌어지지 않고 /ㅗ/처럼 오무라지지도 않는 중간쯤 되는 소리다. 혀는 /ㅏ/나 /ㅗ/같이 정중앙쪽으로 오그리는 것으로, /ㅡ/를 낼 때보다 더 오그리고(설축) 혀를 아예 오그리지 않는 /ㅣ/보다는 훨씬 더 오그리는 소리다. 혀뿌리를 중앙으로 당기듯이 오그리다 보니 후두는 하강되고 성도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깊이 있는 소리로 울려 나온다. 입술 모양은 둥근 모음과 안 둥근 모음의 중간 정도 되는 소리라고 설명하고 있다[1]. /ㅣ/는 혀 앞에서 나오는 전설 모음을 대표하는 기본 모음이다. 혀끝 뒷부분이 아랫니에 닿으면서 입을 살짝 벌리고 혀를 높이 올려 나오는 고모음이다. 혀 앞에서 나오는 전설 모음을 대표하는 기본 모음 역할을 한다. /ㅡ/는 아랫니에 닿아 있던 혀를 떼고 혀를 약간 내리면서 혀 뒤쪽으로 발음이 나오는 고모음 소리로 혀 뒤에서 발음이 나므로 후설 모음을 대표하는 기본 모음이다. 결국 /ㅣ/와 /ㅡ/ 발음은 다양한 모음의 기준 역할을 한다. 따라서 세종은 /ㅣ/와 /ㅡ/를 모음자를 만드는 기본 모음으로 하고 기본 문자로 삼았다.
훈민정음 해례의 중성자 제자해에 대한 영상학적 분석
모음 발성시 성도의 형태를 비디오 투시조영검사를 이용하여 시각화 하였으며 /ㅏ/, /ㅣ/, /ㅗ/, /ㅜ/를 차례로 평가하였다. 각 모음 발성에 따라 혀의 모양과 위치, 구강과 인두강의 넓고 좁음이 다른 것을 확인할 수 있다(Fig. 4)[9]. 성도의 단면적의 차이가 각 모음의 F1과 F2의 변화를 유발하며 이로 인해 각 모음의 발성이 다르게 나타난다. /ㅣ/ 모음의 경우, 이와 입술을 많이 벌리지는 않고 좌우로 넓게 벌어지며, 혀는 구강설(oral tongue)의 중간 부분이 앞쪽 위로 들려 올라가고 혀뿌리가 위아래로 곧게 펴지듯 서면서 앞쪽으로 향하여 혀뿌리 뒷부분 인두강이 위아래로 길고 넓게 큰 공간이 만들 어지는 특징이 있다(Fig. 5)[9]. 저자의 생각은 아마도 세종이이 모습을 상상하여 비슷한 형태인 /ㅣ/라고 정의하면서, 이는 사람이 서 있는 모습이라 하여 ‘人’이라 명명했을 것이라고 추정한다[9].
/•/는 조음 시 혀를 오그리고 깊은 소리(聲深) 나는 모음이라 하였고, /ㅡ/는 혀를 조금 오그리고 깊지도 얕지도 않은 소리(聲不深不淺)라고 정의하였다.
저자의 생각으로 /ㅡ/ 모음은 조음 시 혀의 옆 모습이 앞뒤로 편평한 모습으로 땅과 같은 모습으로, 혹은 혀의 위 표면과 입천장 사이의 구강 모습이 앞뒤로 긴 편평한 공명강 공간의 모습이므로 /ㅡ/로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리고, /•/는 구강 앞 부분에서 위는 입천장, 아래는 구강 앞바닥과 혀의 앞이 낮게 깔려 있는 그 둥근 입속 ‘공간’의 모습을 상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둥근 하늘(天) 모습의 /•/ 글자를 만들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이 추정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의 발음 시 공명강의 모습을 삼차원적으로 관찰해 보아야 한다. 현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 조선 초기 사람들의 /•/ 발음을 정확하게 조음할 수 있는 사람은 없으므로, 간접적인 방법으로 아직 아래아(/•/) 발음이 남아 있는 제주 70-80대 사람들의 발음을 연구한 몇몇 논문들이 있으며[10-14], 본인도 이와 관련된 연구를 진행하였다[15]. 저자가 2018년 진행한 연구에서, 제주가 고향인 만 78세 남성을 대상으로 아래아(/•/) 발성시 비디오 투시조영검사를 시행하였으며, 혀앞의 낮게 깔리면서 나타나는 구강내 공간의 특징적 둥근 형태를 볼 수 있었다(Fig. 6A). 고해상도 전산화단층촬영의 시상면에서 이러한 형태가 좀더 명확하게 관찰된다(Fig. 6B).
기본 중성자의 제정 원리 요약
기본 중성자 세가지(•, ㅡ, ㅣ) 설명에 이어서, 8개의 중성자(ㅗ, ㅏ, ㅜ, ㅓ, ㅛ, ㅑ, ㅠ, ㅕ)의 모양과 제자원리를 설명함에 있어서도, 입의 오므라듬 여부(합벽, 闔闢), 입의 벌어짐 정도(구축, 口蹙; 구장, 口張) 등의 설명으로 조음 시 공명강모양의 특성이 중성자 글자 모양 결정에 아주 중요한 가치가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1]. 따라서, 훈민정음 해례의 제자해에서 중성자(모음, 홀소리) 기본 세 글자의 글자모양이 만들어진 원리를 단순히 하늘, 땅, 사람을 형상화한 철학적 의미의 상형으로 설명하는 것은 과학적이라 하기 어렵다[16]. 제자해의 중성자(모음, 홀소리)의 형상은 조음 시 구강, 인두강 즉 성도(소릿길)의 모습을 본 따 만들었는데, /•/는 하늘(天)의 모습을 본 땄는데 성도 내 구강 앞쪽의 둥근 ‘공간’을 의미한다(Fig. 7A). 그리고 /ㅡ/와 /ㅣ/는 조음 시 혀의 윗 공간, 혹은 혀의 뒤 공명강인 성도의 모습을 본 떠 만들었으며, /ㅡ/는 ‘땅(地)’ 모습 같이 혀와 입천장(경구개) 사이의 편평한 공간의 모습을 본 떠 만들었고(Fig. 7B), /ㅣ/는 혀가 구강 앞쪽으로 전진하고 혀와 혀뿌리가 위아래로 길게 앞으로 나가며 서 있는 조음 형태로 그 뒤 인두강이 길게 위아래로 서 있는 공간 모습을 본떠 만드는 등(Fig. 7C), 조음 시의 모습을 본 떠 대표성이 있는 형태로 만든 정말로 과학적인 글자인 것이다.
기본 중성자의 상형이론에 대한 제언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되기 이전에도 일부 학자들에 의해 문자로서의 훈민정음에 대해 상형설(象形說)이 논의되기도 하였다[17]. 1940년 훈민정음 해례본이 발견된 이후, Choi[18,19]는 훈민정음의 자음자 외에도 모음자도 발음기관을 상형했을 가능성을 시사하였으며, “첫 소리글자(초성)는 발음기관의 꼴본뜸, 가온 소리(중성, 모음)는 발음기관의 꼴본뜸 내지 발음 작용 꼴본뜸으로 풀이할 수 있다”라고 기술하였다. ‘발음 작용 꼴본뜸’이란 홀소리(중성자, 모음)의 조음 과정 중 성대진동음이 공명강을 지나면서 조음될 때, 공명강의 모양에 대한 꼴본뜸을 의미하는 진전된 생각이라 할 수 있다[18,19]. 그러나, 그 이후 훈민정음의 제자해에 관심을 갖고 연구해온 대부분의 국어학자나 한글학자 들은 초성이나 종성(닿소리, 자음)의 제자 과정은 조음기관의 꼴본뜸(상형)에 의한 것이라는 비교적 일관된 의견을 제시하는 데 반하여, 중성자(홀소리, 모음)의 제자해에 대해서는 다소 추상적 혹은 철학적인 꼴본뜸(상형)으로 일관되게 설명해 오고 있다. 즉, 하도(河圖)의 원리에 따른 하늘(天)의 원리를 혀의 움직임에 의해 만들어지는 구강 내의 공간을 추상적 실체, 즉 삼재(天, 地, 人)로 상형하여 만들어진 글자라고 정의하였다. 중성자의 상형에 대하여도 여러 논문들이 있었지만[20,21], 공명강 공간의 대표 모양을 본뜬 것이라는 견해를 밝히지는 않았다.
훈민정음 해례본의 제자해에서는 기본 중성자 ‘•(圓)’, ‘ㅡ(平)’, ‘ㅣ(立)’가 각각 천(天), 지(地), 인(人)의 삼재(三才)를 상형하여 만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形之圓 象乎天, 形之平 象乎地, 形之立 象乎人) 그 보충 설명으로는 조음 시의 핵심 해부학적 구조의 움직임과 공명강의 모양 설명이 있는 것으로 보아, 구강 안에서 중성자를 조음할 때 혀의 모양이나 생성된 소리의 깊이 정도(흉성인지 두성인지의 차이를 말함)도 표현되어 있어 그 깊이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에 대해서는 ‘혀가(설근부) 안으로 움츠러들어서 소리가 깊다(舌縮而聲深)’라고 하였고, /ㅡ/에 대해서는 ‘혀가 안으로 조금 움츠러들어서 소리가 깊지도 않고 얕지도 않다(舌小縮而聲不深不淺)’라고 하였으며, /ㅣ/에 대해서는 ‘혀가 안으로 움츠러들지 않으니 소리가 얕다(舌不縮而聲淺)’라고 표현되어 있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런 사실은 제자해 초기에 “정음 28자는 각각 그 모양을 본떠서 만들었다(正音二十八字各象其形而制之).”라는 기술 이외에도 제자해의 갈무리 시에서도 “가운뎃소리 열한 자 또한 (발음기관의 작용) 모양을 취하니(中聲十一亦取象)” 구절에서도 반복하여 확인하였다.
결 론
음성언어의학적 고찰과 연구에 바탕하여 저자는 그 동안 국어학계와 국립국어원, 한글박물관 등의 훈민정음 제자해 설명 중, 중성자(홀소리, 모음) 글자 형태의 추상적 혹은 철학적 상형의 설명을 보다 과학적, 음성학적인 설명으로 바꾸게 되기를 희망한다. 훈민정음 중성자(모음, 홀소리)의 글자 모양 상형은 사람의 왼쪽 옆모습에서 조음 시 공명강 형태 중 가장 특징적 공명강 공간의 모습을 상형하여 글자 모습으로 만든 것이며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1) /•/는 조음 시 구강 앞 부분 공간이 탄환 모습의 둥근 공 모양임을 상형하여 하늘 혹은 태양 모습(천, 天)의 글자로 만든 것이며,
2) /ㅡ/는 조음 시 구강 앞 편평해진 혀와 입천장(경구개) 사이의 공명강 공간이 앞뒤로 편평하게 길게 보여, 땅(지, 地) 모습인 것을 상형한 것이며,
3) /ㅣ/는 조음 시 앞으로 전진하면서 높아진 혀의 뒷공간, 즉 인두공명강이 위아래로 길게 서 있는 사람(인, 人)의 모습과 닮았다고 하여 상형하여 만들어진 글자인 것이다.
4) 기본 삼 중성자(모음, 홀소리) 이외의 중성자들도 기본 삼 중성자의 혼합 형태로 공명강 공간의 모습을 상형하여 만든 것으로 보인다.